때로는 이야기의 '완결'이 아닌 계속되는 열린 결말 역시
아름답고 또 하나의 해피엔딩일 수 있다.
나는 새드 엔딩을 굉장히 싫어한다.
그리고 반대인 해피엔딩을 굉장히 선호한다.
엔딩이 있다는 것은 기 이야기의 끝이, 결론이 있다는 것이다.
항상 깔끔한 해피엔딩만이 긴 이야기를 마친 내게 기쁨과 후련함을 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환상 서점>을 읽으며
때로는 이야기의 '완결'이 아닌 계속되는 열린 결말 역시
아름답고 또 하나의 해피엔딩일 수 있겠다 생각하게 되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29살의 연서는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동화작가가 되겠다며
2년간 노력하지만 그녀의 글이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동화가 새드엔딩으로 끝난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출판사로부터 거절당한다.
그렇게 답답한 마음에 시작한 산행,
누군가가 정해놓은 길을 그래도 따라가기 싫은 마음에
안전 경로를 벗어나 결국 길을 잃게 된다.
그런 그녀를 구하고 서점으로 이끈 것은
어린 여자아이가 '서주'라 부르는 한 사내였다.
서주는 연서에게 책을 얽어줄 테니 듣고 가지 않겠냐며 제안하고
연서는 같이 듣고 싶어 하는 여자아이의 바람대로 순응한다.
서주는 연서에게 제일 먼저 한 저승차사의 이야기이자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은 이의 이야기를 전했다.
너무 슬프고 꿈조차 꾸지 못해야 하는 자신의 상황과 비슷하기에
다음번에도 방문해 달라는 서주의 부탁을 뒤로하고 연서는 자리를 피한다.
두 번째 이야기는 별과 함께 태어난 아이 '옥토'이자 서점에 있던 여자아이의 이야기이다.
사람을 사랑했고, 좋아했고, 행복하길 바랐던
달 토끼신이자 행복에 도달하지 못하고
늘 무언가를 욕심내고 갈망하는 인간들에게
과거 분노했었던, 또 창조신 마고와 인간의 혼을 금륜에 걸어
윤회를, 환생을 거듭하게 한 이야기이다.
이야기를 들은 연서가 서주에게
산다는 것이 쉽지 않기에,
기억이 지워져 전의 인연들을 못 알아보기에
환생은 축복이 아니지 않는가라며 생각을 말한다.
이에 서주는 차갑게 또 슬프게 반응하며 잊어버리면 기쁠 수도 슬플 수도 없겠지만
기다리는 사람이 들었다면 정말 슬펐을 것이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꺼낸다.
이로 인해 연서는 서주에게 우리가 만난 적이 있는지
묘한 기시감을 느껴 질문하지만 결국 서주는 답을 피하며
그날의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세 번째 이야기는 서주가 아닌 연서가 들려주는 본인의 이야기였다.
연서는 직장 내의 따돌림으로 상처받고 다쳤다.
그렇게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서주는 질문으로 깨우침을 준다.
"당신이 어딘가에 묶였다는 걸까요?"
그렇게 연서는 본인이 어디에도 묶여있지 않다는 사실을,
슬픈 기억은 모두 과거일 뿐임을,
그중 무엇도 지금의 그녀를 어떻게 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그렇게 연서는 과거를 떨쳐낼 수 있었다.
이야기를 마친 후 서주는 연서에게 저승의 핌이 담긴 꽃을 선물한다.
연서가 떠난 뒤 옥토가 나타나 꽃을 준 서주에게 화내며 이야기의 진실이 밝혀진다.
연서는 스스로의 선택으로 매번의 생에 불행할 운명이었던 것이고
서주는 저승의 힘이 담긴 꽃을 선물함으로 불행할 연서의 운명을 바꾼 것이다.
서주의 소원으로 연서의 환생마다 만나게 해 주었던 옥토는 엉굴로 서주의 가슴을 뚫지만
서주는 죽지 않는다.
서주는 스스로의 손으로 저승차사의 생사부에서 이름을 지워내어
영생을 사는 남자이기 때문이다.
서주의 부재로 다시 서점을 찾지 못하던 연서는 저승차사의 도움을 받아
서점에 다다르고 우여곡절 끝에 처참한 몰골의 서주를 마주한다.
서주는 연서와 처음 만난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더 이상 고통받는, 사랑하는 연서를 보지 않기 위해
그녀의 운명을 바위고 기억꽃을 사용해
서점과 서주의 기억을 지워
그녀가 평범하게, 불행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게 해주려 했다.
그러나 연서는 오히려 저승차사에게 받은 진실을 밝혀주는 꽃으로
옛 기억을 전부 찾는다.
그녀가 서주를 다시 보기 위해 불행할지라도
계속되는 윤회를 하기로 결정했음을.
그렇게 서로를 알아보는 이 순간을 위해 무수히 많은 삶을 거쳐왔다.
그렇게 이번 생을 함께하기로 한다.
연서와 서주는 결론적으로 완전한 결말을 맺지 못했다.
연서는 환생을 거듭하며 서주를 만나러 올 것이며
남자는 영원히 살며 외딴 서점에서 연서를 기다릴 것이다.
굳이 말하자면 확실히 해피엔딩보다는 비극에 가깝다.
그러나 그 때문에 둘은 앞으로도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함께하게 된다.
한 사람은 영원히 살고, 또 한 사람은 영원히 기억한다.
그러나 그들의 끝은 이렇듯 평범했다.
비로소 인간의 삶이었다.
세상은 우리에게 특별해지라 강요하며 교육한다.
그러나 사랑을 하고,
일상을 보내고,
별거 아닌 일에 울며
웃는 평범한 것이
우리 인간의 삶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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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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