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오늘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 이치조 미사키

무미건조하고 특별한 것 없이 살아가던 남학생 가미야 도루의 삶은

여학생 히노 미오리를 만나게 되면서 180도 달라지게 된다. 

 

 

그저 친구를 돕고자 아무 의미 없이 던진 도루의 고백에

히노는 세가지 조건을 걸고 승낙한다. 

 

첫째, 학교가 끝날 때까지 서로 말 걸지 말 것.

둘째, 연락은 되도록 짧게 할 것.

셋째, 나를 정말로 좋아하지 말 것.

 

그렇게 시작된 조건부 연애.

 

사소한 카페 데이트부터 도루의 집에서, 와타야와 히노의 집에서 만남과 시간을 보내어가며

도루는 자신이 연애의 세번째 조건을 지키지 못할 것 같음을 인지하고 히노에게 솔직히 고백한다.

 

"히노, 난 널 진심으로 좋아해"

 

그렇게 고백한 이후 도루는 히노에게 예전의 사고로 선행성기억상실증이 있어

하루 이상의 기억을 소장할 수 없음을 알게된다.

 

히노가 불안해할까봐 도루는 자신이 그녀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비밀로 하기로 다짐한다. 

 

히노는 매일 아침, 자신이 남겨두었던 일기와 문자 메시지를 학습해 과거를 인지하고 현재를 살아간다. 

이러한 그녀의 삶에, '매일의 삶에 함께하고싶고 행복을 주고 싶다'며 도루는 고백한다.

 

그렇게 히노의 삶을 채워가며 도루 자신의 삶도 채워져감을 느낀 도루가 했던 말이

내게 도루의 마음을 와닿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그저 빛을 잃었던 것뿐이다. 히노에게 빛을 받은 지금의 나는 그것을 알 수 있다."

 

선행성기억상실증이 있는 히노에게 회복의 도움이 되길 바라며

'절차기억', 즉 서술할 수 없는 타입의 기억으로 하루치 기억을 잃어도 뇌가 아닌 감각에 뿌리내린,

몸이 익힌 기억에서 유추해 그림 그리기를 추천했다.

 

그렇게 히노가 도루를 열심히 그려가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중

갑작스러운 심장 발작으로 도루가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고

죽기 전에 남긴 도루의 유언에 따라 히노를 위해 그의 이야기를 제외시킨 일기를

히노의 기존 일기장과 바꾸어 히노에게서 도루는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병이 회복되어 가며 기억을 더 이상 잃어버리지 않고 쌓아가던 중

숨겨져 있던 본인이 그리던 도루의 그림을 찾게 된다.

 

기억이 없음에도 계속 마음이 요동침에 놀라며 진실을 찾아가 보기로 한다. 

 

그렇게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옆과 미래를 지켜준 도루를 조금씩 기억해 내기도, 못하기도 하며

히노는 때때로 즐겁기도, 슬프기도 한다.

 

과거의 아픔과 슬픔 역시 기억이다.

기억해내지 못하는 도루와의 추억을 안타까워하며

더 이상 세상에 없는 도루를 생각하며 슬퍼하는 것도 언젠가는 과거의 기억이 된다.

 

그렇기에 도루의 누나는 본인을 찾아온 히노에게

어떤 상처든 한번 입고나면 완전히 사라질 수 없고 상처는 기억의 일부이기도 하다며

이런 것이 삶이라고 말한다. 

 

히노가 훗날 홍차를 마시며 도루의 말과 도루와 함께 홍차를 마시던 기억을 떠올리는 장면은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히노가 기억해 낸 것은 해마에서 기억해낸 후각요소로 홍차가 매개체가 되었고

"내일의 히노도 내가 즐겁게 해 줄게"라는 도루의 말을 떠올리게 된다. 

 

도루의 히노를 향한 풋풋하고 진심 어린 사랑을 읽으며,

느끼며 행복하게 미소 지으며 이 책을 정독하였다. 

 

하루하루 지나가는 나의 소중한 일상.

소중한 나의 하루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즐기고, 

때로는 괴로워하며,

그것도 모두 평온한 일상 속에서, 

밤에 잠들면 내일이 찾아온다. 

 

도루가 지켜냈던 히노의 미래가,

일상이 꽃을 피움에 나도 덩달아 기뻐지는 행복한 독서시간이었다. 

 

온갖 것이 변해간다 해도 삶을 살아감으로써 과거가,

아름다운 것이 흐릿해진다 해도

변하지 않는 마음의 기억을 소중히 만들고 간직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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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