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비록 닿을 수 없는 너의 세상 일지라도 - 미아키 스가루
*모든 글은 본인이 직접 남기는 독서 기록들입니다
기억을 다루는 이야기는 관점과 소재에 따라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나에게 있어서도 '기억'을 주제로 한 이야기는 기억에 대해 과학적, 철학적으로 생각해보게 하는
굉장히 딥하며 동시에 흥미로운 주제인 것 같다.
기억이란
단지 과거의 한 장면을 넘어서 이 세상에 내가 나로 살아가는 증거이자 나를 증명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한 사람을 너무나도 사랑했지만
만약 상대방이 나와 함께 쌓아온 모든 기억, 추억을 잃게 된다면
그 사람의 외모는 전과 같을지라도
정말 인격적으로 내가 알던 사람과 같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바라볼 수 있을까?
위 책은 인류의 과학 기술이 진보적으로 발전해서
의억을 (의수나 의안과 마찬가지로 결락된 기억을 요청해 구매하는 기억) 요청하여 구매할 수도,
'레테'라는 원하는 연령대의 기억을 삭제하는 약을 구입할 수도 있게 되었다.
책의 배경은 매우 흥미롭지만
만약 정말 실세계에서 이 기술이 가능해지고 상용화된다면
우리는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을 것이고
'아포칼립스'의 재례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정말 너무나도 혼란스러운 세상이 될 것만 같다.
위 소설에서 주인공은 '허니문' 의억들을 구매하여 여러 가정을 꾸린 기억들을 가지고 사는 아버지와
이혼 후 레테를 복용하여 아들인 주인공에 대한 기억을 버리고 새로운 가정과 살아가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유년기의 기억을, 불행을 지우기 위해 레테를 구매하지만 '그린그린'약을 오배송받아
되려 유년기의 기억이 완벽한 단짝친구이자 여자친구인 나쓰나기 도카와의 추억으로 가득 차게 된다.
잘못된 약이 오배송되어 복용 후 새로운 과거의 기억을 갖게 된 주인공에게
의억 속에만 존재해야 하는 도카가 실제로 주인공의 옆집으로 이사 오게 되고
정말 친한 친구이자 완벽한 존재로 곁에 머물게 된다.
의억은 실제 인물이 모티브가 될 수 없기에 혼란과 경계심이 생기게 되고
도카와 주인공 아마가이 치히로는 시간을 보내게 되지만
여러 선택의 갈림길에서 치히로는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된다.
치히로는 도카의 말을 믿으려고도 하지 않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하지도 않았으며
건성의 가까운 간단한 조사만 한 뒤 수수께끼를 수수께끼인 채로 방치했다.
그 결과, 결국 도카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잠적하게 되고
그녀가 사라지고 나서야 치히로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실이던 거짓이던
자신의 옆에서 친구가 되어주고 위로자가 되어주던 도카의 부재를, 쓸쓸함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거짓이던 진실이던 그녀의 소중함을 알게 된 치히로는 도카에 대해,
도카를 둘러싸고 있는 수수께끼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려 움직인다.
그렇게 알아본 결과 도카는 신형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었고 죽음이 머지않음을 인지하고
공백이던 본인의 마음과 기억에 자신과 같은 아픔과 공허를 가지고 있어 레테를 복용하려던 치히로에게
그린그린 약을 복용시켜 서로에게 새로운 추억, 행복을 만들려던 것임을 알게 된다.
수소문하여 찾아낸 도카는 신형 알츠하이머 병이 시작되어
치히로와의 의억과 기억마저 조금씩 잃어가고 있었다.
치히로가 그러하였듯 도카는 친절하게 그리고 완벽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치히로에게
강한 경계심과 거부 반응을 보이지만 최소한의 남은 모든 것을
도카에게 바치기로 맹세한 치히로의 행동들 앞에 도카는 경계심을 풀게 된다.
하지만 도카는 본인의 죽음이 그리 멀지 않았음을 인지하고
일부러 시간이 갈수록 치히로와 거리를 두려 한다.
그녀에게는 '앞으로 손에 넣을 것 = 앞으로 잃을 것'이기에
또한 생의 가치가 높을수록 죽음의 위협도 커지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카의 마지막까지 옆을 지킨 치히로는 끝내 '레테'가 개발된 진짜 이유를,
인간이 나노기계의 힘을 빌려서라도 잊고자 한 것의 정체를 이해하고 깨닫게 된다.
이별,
너무나도 아프고 고통스럽기에 차라리 없었으면
기억하지 못하면 좋겠다 싶을 수 있지만
이런 아픔을 느끼고, 버티고, 짊어지고,
그럼에도 새로운 하루를 살아가기에
우리의 삶은 값지고 가치 있지 않을까?
매 순간, 언제 끝나게 될지 모르는 지금의 인연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어려움과 아픔을 이겨내고 살아가는 것이 삶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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